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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Research Report/Currencies(환율)

환율전쟁의 끝, 파멸 혹은 구원

환율전쟁의 끝, 

파멸 혹은 구원

“화폐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이부자리에 소변을 보는 것과 같다."


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어느 고위 관계자가 한 번은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화폐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이부자리에 소변을 보는 것과 같아서 처음에는 기분이 좋을지 모르지만 수습해야 할 상황들이 금세 눈에 들어온다.”

최근 이런 ‘환율 요실금’ 현상은 베이징에서 도쿄를 거쳐 워싱턴에 이르기까지 각국 정부가 선택하는 정책인 것 같다. 그 결과 보호무역주의로까지 확대될 소지가 있는 글로벌 환율전쟁이 촉발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환율과 관련해 이런 불길한 경고 발언을 한 사람 명단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 정재계를 쥐락펴락하는 인사들이 대거 등장한다. 대표적인 인물 몇 명만 예를 들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 퇴임을 앞둔 머빈 킹 뱅크오브잉글랜드(영국 중앙은행) 등이 있다.



환율전쟁은 1970년대 초반 고정환율제도를 실시한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진 이후 현대 재무관료 사이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앤컴퍼니의 글로벌 수석 환율 전략가인 마크 챈들러는 “각국 정부들은 자국 화폐를 시장에 맡겨놓기에는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책입안자들은 시장에 개입해서 자국 화폐 가치를 조작하려고 종종 시도해왔다.그런데 이들 선각자들은 몇 가지 핵심을 잘못 짚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현재 상황은 환율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이 아니다. 한창 전시 상황이다. 하지만 (호재가 있다면) 이 대결 양상의 결말이 심각하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파괴적인 환율인하로 경제 대공황이나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라는 혼란상이 야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수출을 늘리기 위해 자국 화폐 가치를 절하하는 국가 중에 가장 눈에 띄었다. 그런데 비슷한 행보를 보인 나라가 중국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절하하자, 많은 나라는 ‘이를 모방하거나 이에 보복’했다.

시장에 환율을 맡기지 않고 주기적으로 개입하는 이 같은 흐름은 최악의 경우에는 ‘근린 궁핍화정책’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는 다른 나라의 경제를 희생시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멸적인 시도를 뜻한다.

그러나 현상황은 기본적으로는 이런 경제원론과는 사뭇 다르다. 대다수 환율시장이 경색된 것은 직접적인 환율 개입이나 무역전쟁의 부산물이 아니다.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재정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극심한 통화정책의 부산물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일본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건 아베 신조가 일본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유력해진 지난해 11월말 이래 일본 엔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10% 이상, 유로화 대비 15% 하락했다. 미국 달러화는 유로화에 비해 거의 15개월만에 최저치까지 곤두박질쳤다.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고 초저금리를 유지함으로써 더딘 경기회복에 시동을 걸면서 자국 화폐 가치의 하락도 부채질하고 있다. 통화완화정책의 주요 목적은 내수 진작에 있다. 그런데 이 정책의 여파는 환율까지 미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과 브라질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불똥은 유럽에까지 튀었다. 각국의 경기부양책 발표가 끝나기를 대체로 기다리던 유로존은 경제 규모는 수축하고 환율은 오르는 부당한 입장에 처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7일(목) 개최할 통화정책회의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의든 아니든 통화정책을 이용해서 화폐 가치를 낮추는 것은, 재정정책이나 예산 문제 등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할 정책을 모면할 지름길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퍼시픽투자운용 최고경영자 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는 “중앙은행들이 이렇게 실험적인 모드에 발을 깊숙이 들여놓은 전례를 본 적이 없다”면서 “마치 아직 테스트가 제대로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약을 시판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제약회사를 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현상황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파멸 또는 구원이라는 이분법적인 결과가 존재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승자는 누구냐고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나는 승자는 없다고 답한다. 국제통화제도는 불안정해지고 붕괴될 것이다. 여러 중앙은행들에서 돈을 너무 많이 찍어내서 화폐 가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물가는 급격하게 오를 것이다.”통화분석 전문가이자 ‘환율전쟁: 아직 끝나지 않은 통화전쟁’의 저자인 제임스 리카즈는 파멸을 점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규칙적인 패턴이 심하게 나타날 경우 글로벌 환율 시스템은 고장난다. 그렇다고 환율전쟁으로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일단 상식이 우세할 것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궁핍하게 만들고 비난하는 위험한 게임은 끝을 맺게 될 것이다. 이런 경쟁이 밑바닥까지 치닫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국제통화기금(IMF)이다. IMF는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들의 휴전을 중재해야 한다.

이런 희망이 순진하다고 생각된다면,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푼 경기부양책이 내수를 진작해 탄탄한 경기회복을 이끌어낼 가능성을 생각해보자. 또는 재정정책이 드디어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고려해보자.

둘 중 어떤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경쟁적으로 환율을 인하하는 정책의 매력은 사라지게 될 것이고,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서 자국 화폐 가치를 적정선으로 유지할 것이다.

성장은 여러 가지 병을 치유한다. 심지어 ‘환율 요실금’ 현상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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