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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Research Report/Economics

신용평가의 진실

신용평가의 진실




2011년 8월,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직후 「월스트리트저널」은 S&P와 무디스가 1975년부터 평가한 국가신용등급 Sovereign credit rating 기록을 추적했다. 그 결과 S&P가 지난 35년간 디폴트 위기에 빠진 15개 국가 중 12개 국가에 대해 디폴트 발생 1년 전까지 B등급 이상을 부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S&P의 설명에 의하면 B등급역사적으로 볼 때 1년 안에 디폴트될 확률이 약 2%인 국가신용등급이다. 그러나 B등급을 받은 15개 국가 중 80%에 해당하는 12개 국가가 디폴트에 직면했으니 터무니없이 위험을 낮게 평가한 것이다. 무디스도 13개의 위기 국가 중에서 11개 국가에 대해 디폴트 1년 전까지 B등급 이상을 부여했다.





미국의 출판사들,

신용평가계의 '퍼스트 무버 first mover'가 되다


1800년대 미국의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철도 산업의 발전이 특히 눈에 띄었다. 정확히 1830년에 볼티모어와 오하이오를 연결하는 철도를 만들면서 미국의 철도산업은 급속히 성장했다. 드넓은 영토는 미국의 철도 산업이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발전 속도는 1825년 철도 건설을 처음 시작한 영국보다도 빨라서 1860년이 되자 미 대륙에 놓인 철도의 길이가 영국의 세 배에 이를 정도였다.


이러한 철도 산업이 발전하는 데는 당연히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다. 그 자본의 상당 부분을 동부의 상인과 유럽의 자본가 등 민간에게서 조달했다. 하지만 민간 자본가들은 어느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 지점이 바로 철도채권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서비스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퍼스트 무버'들은 기회를 놓치지 ㄴ않았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S&P(Standard and Poor's)였다. S&P의 역사는 출판업자였던 헨리 바넘 푸어 Henry Varnum Poor가 1860년 말에 발간한 『미국 철도와 운하의 역사』라는 책에서 시작했다. 이때 푸어가 자신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 만든 출판사가 'Poor's Publishing Company(S&P의 전신)'였다.

총 442페이지에 달하는 푸어의 책은 정보에 목말라 있던 투자자들에게 불티나게 팔렸다. 그 결과 그는 크게 성공했다.


  •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tandard & Poor's; S&P)는 주식과 채권에 대한 금융 연구 및 분석 자료를 출판하는 맥그로-힐의 사업부문이다. 1860년 창업하였고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금융시장 정보(신용등급, 지표, 투자연구 및 위험평가)를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1909년에 존 무디 John Moody가 설립한 출판사는 무디스 Moody's의 전신이다. 그는 「철도채권의 투자 분석」이라는 책을 발간하고 평가에 등급 체계를 도입했다.



  • 무디스 코퍼레이션(Moody's CorporationNYSEMCO)은 정부기관과 사업체에 대한 금융 연구 및 분석 업무를 하는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Moody's Investors Service)의 지주회사이다. 또한 기준 평가 척도를 이용해 차입기관에 대한 신용 등급을 매기는 일도 하고있다. 



3대 신용 평가사 중 가장 늦게 등장한 피치사 Fitch 역시 1913년에 존 놀스 피치 John Knowles Fitch가 세운 뉴욕 출판사가 모태다. 이처럼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은 모두 미국에서 시작한 출판사가 모태라는 독특한 공통점이 있다.



  • 피치 그룹(영어: Fitch Group, Fitch, Inc.) 또는 피치 레이팅스(영어: Fitch Ratings, Ltd.)는 미국 뉴욕 시와 영국 런던에 이중 본사를 두고 있는 국제신용평가기관이다. 



출판사에서 신용평가사로 획기적인 진화에 성공한 이들 기업은 이후 눈부신 성장을 계속했다. 특히 1930년대의 대공항을 격는 동안 부실기업에 대한 평가능력을 인정받음으로써 신용평가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크게 향상되었다. 또한 국가공인신용평가회사(NRSRO: Nationally Recognized Statistical Rating Organization) 지정 제도 등 1970년대에 시행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신용평가사가 성장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적어도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 3대 신용평가사는 국제자본시장에서 명실상부한 민간 감독자 Private sector regulator in the global capital market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영원한 '갑'은 없다.


2012년 5월 16일 유럽 20개 은행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일련의 회동을 햇다. 그즈음 3대 신용평가사가 무차별적으로 단행한 은행 신용등급 강등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곧이어 신용평가사의 행태에 대한 참석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그들은 3대 신용평가사가 기업정보를 독점하면서도 정작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과정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그도 그럴 것이 3대 신용 평가사는 그동안 신용평가 기준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금융시장의 갑으로 군림해온 면이 없지 않았다.


이미 월가의 투자 은행에서부터 세계 각국의 장상에 이르기까지 신용평가사에 대한 불만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금융 감독 당국은 3대 신용 평가사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용평가 업계의 독과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예컨대 유럽에서는 2011년 11월부터 EU 27개국에서 활동하는 신용평가사에 대한 감독을 유럽증권시장청(ESMA)으로 단일화하여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드-프랭크법을 채택했다. 그 주된 내용으로 신용평가사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포함했다.




By Joseph S. Park

Source: '당신만 몰랐던 국제금융 이야기' 국제금융센터 원장 이성한 지음, 21세게북스

Bloo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