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카드
활용하는 중국의 속셈
“중국은 대북 제재에 찬성하면서, 중국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일본에 대해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악화되는 걸까? 아니면 동북아시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는 걸까? ‘은둔의 왕국’으로 알려진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풀이되는 로켓을 발사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했다. 안보리는 북한을 규탄하고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와 북한동방은행 등 6개 기관에 대한 금융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은 그간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북한이 서방의 심기를 거스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마저 대응에 나서게 만들었다. 중국은 북한의 주요 동맹국이다. 게다가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서구로부터 제재를 받은 자국의 아픈 경험 때문에 전통적으로 다른 나라에 제재를 부과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온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은 2006년과 2009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대북 제재에 결국은 동의했다. 하지만 이전에 북한이 두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안보리가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마무리하자고 로비를 벌였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지난달 안보리에서 취한 행동은 북한 미사일 실험에 대해 중국이 보인 이제껏 가장 강력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의 저의에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이렇듯 새로운 노선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북한 정권에 대한 짜증이 극에 달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중국은 북한의 사실상 유일한 교역국이자 재정적 생명선이라는 위치를 활용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중국은 또한 북한에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정치제제는 바꾸지않고 경제만 개선할 수 있는 방식)를 따르라고 촉구했지만 이 또한 효과가 미미했다.
리젠궈 부위원장이 베이징으로 귀국한 바로 다음 날, 북한은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을 오랫동안 참아온 중국의 인내가 그 무렵 한계에 다달았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중국은 지난해 11월 말 리젠궈 전국인민대표회의 부위원장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해, 시진핑 신임 총서기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보내는 친서를 전달하게 했다. ‘중국과 북한간 협력과 우호관계를 증진하겠다’는 것이 명목상의 방북 이유였지만, 중국측 대표단이 사적으로는 북한에 자제를 촉구하면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중국이 지도부를 교체하면서 권력을 공고히 하는 시기를 방해할 수 있다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은밀하게 경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북한이 골칫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아주 포기할 심산은 아니다. 이번에 부과된 제재는 이전 제재보다 조금 더 강화됐을 뿐이다. 이 정도 제재에 북한이 마음을 고쳐먹을 리도 없고, 중국과의 오랜 동맹관계가 위협받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대북 제재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것을 더 넓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유엔 결의안에 찬성함으로써 오바마 2기 행정부에 선의를 보여줄 수 있고, 역내 안보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생색낼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또 다시 실시할 경우, 중국은 유감을 표명하는 서구와 한목소리를 내면서, 동맹국인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요컨대 중국의 대응은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본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9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한 이후 중국은 일본을 맹비난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고 시도해왔다. 중국은 일본이 제국주의 야심을 버리지 못했으며, 극단적 국가주의를 키우고, 역내 안보를 위협한다고 비판한다.그렇다면 중국이 미국에 선의를 증명하면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중국이 북한에 강경하게 대응할 경우, 미국도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에 대해 유사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국은 영유권 분쟁지역 주변 수역과 영공에 자주 출몰하는 도발적 행동을 하는 동시에, 중국에 두통거리를 제공하는 일본의 행동을 미국이 저지해줄 것을 촉구한다. 행간에 숨겨진 저의는 간단하다. 중국이 북한의 벼랑끝 전술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미국도 일본에 대해서 똑같은 행동에 나설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외교 전략을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가? 2003년 첸수이볜 대만 총통이 독립을 요구할까 두려워한 중국은 미국의 중재를 요청했다. 중국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북한에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설득하는 6자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동의했다.
당시 양국간 외교 협상에서 미국보다는 중국이 얻을 게 많았다. 부시행정부는 첸 총통의 심중에 크게 의지해야 했지만, 중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살짝만 올렸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6자회담을 조율했다는 공로를 인정 받았다. 6자회담은 결국 북한이 핵개발 야심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중국은 이번에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미국이 아시아 안보를 위해서 협력해야 하는 국가인) 일본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한다.
문제는 중국이 한국과 미국에 화해를 시도하고 일본은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동안, 북한은 그다지 잃을 게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할지도 모른지만, 북한이 핵개발 야심을 완전히 포기할 만큼 강경한 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앞으로도 반대할 테니까.더군다나 중국은 대북 제재에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한국의 환심까지 샀다. 한국도 독도 문제로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중국이 유엔에서 취한 입장과 최근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요구한 것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한국에 대한 제스처로 보는 게 정확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인 선거 유세 기간 중에 대중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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