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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 NEWS

유럽 재정위기는 끝났는가?

유럽 재정위기는 

끝났는가?

끓는 물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유로존 주변국들

로존 내 1,800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들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유로화 강세 및 유럽 주식시장의 활황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을 것이다. 유럽 재정 위기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논평가들의 축하성 기사도 당혹스러워할 것이 분명하다. 재정위기 국가의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단호한 공약으로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유로존 붕괴 리스크가 거의 해소되었다고 보는 낙관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유럽 주변국의 경제 성장에 다시 시동이 걸리고 고용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절대 안심할 수 없다.  

그 때까지는 국내 불화와 외부경제 충격 등으로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설사 유로화가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유로존은 붕괴될 수 있다.  

최근 필자는 재정 위기를 맞고 있는 한 유럽 국가의 저명한 야당 정치인 한 명을 만났다. 그는 현재 유럽의 정책은 어떠한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근의 낙관적인 금융시장 분위기를 일축했다. 유로존의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개구리 끓이기’ 이야기를 들어 이렇게 설명했다. 만약 델 정도로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바로 뛰쳐나오지만, 차가운 물에 넣고 천천히 끓이면 죽을 때까지 가만히 있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설령 유로존 탈퇴국가가 생길 정도로 폭발적인 위기는 모면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는 뜻이다. 끓는 물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유로존 주변국들은 가까스로 유로존에 발을 붙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해외 이민과 탈산업화 등의 문제와 함께 계속해서 경기침체를 겪게 될 소지가 있다.

REUTERS
스페인의 구직자들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직업소개소에서 줄을 서 있다.

이를 그저 이론적인 시나리오로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통화 연합 내의 경쟁력을 상실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규모 중앙 정부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보조를 맞추지 못했던 사례가 수두룩하다. 이탈리아의 메조기오르노, 스페인의 엑스트레마두라, 브라질의 사르타오 노르데스티노, 미국의 웨스트버지니아와 미시시피, 인도의 비하르 등이 그 예다.      

물론 자체 통화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 중에서도 성장에 뒤쳐진 사례는 많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경제국이었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아일랜드와 같은 나라들은 더 나은 발전을 이룩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유로존에 가입했지,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를 맞기 위해서 또는 유럽중앙은행의 원조를 받기 위해서 유로존에 가입한 것이 절대 아니었다.    

유로존은 균등한 공동의 번영을 갖춘 지역으로 성장하기는 커녕 내부 다양성에 대한 하나의 연구가 됐다. 한 때 미국을 따라잡을 기세였던 유로존은 현재 갈수록 뒤쳐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GDP는 2007년 위기전 최고치를 기준으로 6% 하락했다. 반면 독일의 GDP는 8%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의 GDP도 위기전 최고치를 7%나 넘어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유로존 GDP는 위기전 수준에 비해 2%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각종 경제 지표도 위태로운 수준이다. 유로존의 실업률은 그리스 26.8%, 스페인 26.6%, 포르투갈 16.3%, 아일랜드 14.6%, 이탈리아 11.1% 등으로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임에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반면 독일과 미국의 실업률은 각각 5.4%와 7.8%다.   

이처럼 경제성장에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을 유로존 중심국과 주변국, 또는 미국과 유로존 간의 노동시장 유연성 및 비즈니스 환경, 정부 효율성 등의 차이로만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대부분 유로존을 옥죄는 경제정책들을 반영하고 있다.     


정정책은 물론, 최근까지의 유로존 통화정책은 위기의 심각성에 견주어 볼 때 전혀 적합하지 않은 것이었다. 미국의 정책 대응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유럽의 재정정책은 여전히 경기에 역행하는 기조를 띠고 있다. 이는 대규모 중앙 정부의 부재, 주변국들이 겪고있는 차입의 어려움, 재정위기 여파가 크지 않았던 독일 정부의 보수적 재정 운용 등을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제한적인 통화정책은 독일을 포함한 핵심 국가들의 보수적인 정책 기조의 결과이기도 했다. 하나의 거대한 통화 지역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경제 트렌드에 대응하기에는 통화정책 도구들이 늘 지나치게 무디다. 하지만 통화 정책이라는 미명하에 이른바 ‘송금 연합(transfer union)’이 비밀리에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여전히 유럽중앙은행의 대응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리 스프레드 하락 및 금융시장 회복만으론 경제성장 및 경쟁력을 재점화할 수 없다. 구조적인 세제 및 조직 개혁의 꾸준한 실행이 필수적인 이 시점에 유로존 내에서는 개혁의 모멘텀이 흔들리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중도좌파 정당의 피에르 루이기 베르사니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현재 절실히 필요한 노동시장 개혁에 단호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또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역시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가 만든 재산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우며 정치적 기반을 되찾고 있다.
위기에 처한 유로화를 둘러싸고 그렇게 많은 고통과 의문이 제기됐었는데 이정도 낙관도 못 하느냐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 말도 맞다. 단, 유로존은 그 자체로 필요해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유럽 전체의 번영과 단일을 위해 형성된 것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이 기준으로 보면 지금은 기뻐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아니다.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금융 연합에 대한 계획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굼벵이 기어가는 속도다. 공공 부문의 부채를 탕감해주자는 제안들은 나오기가 무섭게 사장됐다. 재정 연합 안도 상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유로존에 대한 약간의 낙관조차 위험한 이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