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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프린스턴대 졸업식서 축사

버냉키, 프린스턴대 졸업식서 축사

'인생의 10가지 교훈'





2013년 6월 1일 프린스터대 졸업식에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한 축사 내용이다. 1985년부터 2002년까지 17년 동안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던 버냉키는 졸업생 1,300여 명 앞에서 성경의 십계명에 빗대 ‘인생의 10가지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축사를 했다.


버냉키는 "삶이란 무엇을 먹을지 모르는 초콜릿 상자"라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10여년 전 어떻게든 교수 회의에서 빠지려고 궁리하던 차에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와 연준에 오라고 했다"며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우선 그는 “인생은 예측 불가능하다”“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누구도 실패를 좋아하진 않지만 실패는 인생의 필수적인 부분이고, 배움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신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라""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대단한 성취를 이룩한들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주의라는 불완전한 틀 안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순전히 운이 따른 덕”이라며  "그러므로 이들에게는 다른 이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애쓸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더라도 정직하게 노동하고 가족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성실히 일한 이들은 큰 성공을 이뤘다는 다른 많은 이들보다도 더 큰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고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명문 사립대학의 살인적인 등록금 문제도 언급하면서, "부모님께 자주 전화하라"고 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제 막 졸업하는 여러분도 언젠가는 아이들한테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싶어 할 때가 온다. 그는 누가 여러분 대학 등록금을 대줬는지 잊지 말라"고 충고했다. "(프린스턴대학과 같은) 사립 명문대에 다니는 것은 부모님들이 해마다 최고급 승용차 캐딜락을 구입한 뒤 절벽으로 처박아버리는 것과 같죠"라며 허리가 휘는 등록금 빚 문제를 우려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해 의회에 출석해 미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답변하는 가운데 "아들이 의과대학에 다니느라 떠안게 된 등록금 빚만 40만달러(4억5천만원가량)에 달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돈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는 수단일 뿐이지 목표는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직업을 선택할 때 일에 대한 애정이나 무엇인가 색다른 것을 일궈보겠다는 열정이 아닌 돈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은 불행에 이르는 첩경입니다"라고 연설을 맺었다. "성공에 대해 자신만의 정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버냉키는 “35년 동안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조언하는데, 배우자를 고를 때는 외모나 성적 매력 이상을 봐야 한다” 그는 “인생의 동반자를 선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결과를 초래하는 선택은 없다.”


그는 경제학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견해도 내놨다. 버냉키는 “경제학은 과거의 정책이 어떤 부분에서 잘못됐는지 찾아내는 데는 최적의 학문이지만 미래를 예측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은 상당히 고차원적인 사고의 영역이고, 과거의 선택이 왜 잘못됐는지 정확하게 설명하기에 아주 훌륭한 학문"이라고 치켜세웠으나 이내 "미래(예측)에 대해서는, 글쎄 크게 그렇진 않다(not so much)"며 경제학으로 앞을 내다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버냉키 의장은 정치권에 대한 소회도 털어놨다. 평소 연준이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의회와 잦게 대립해왔다는 점에서 `박한 평'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그는 "내 경험상 대부분의 정치인과 의원들은 자신의 견해와 양심에 따라 올바른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라며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내년 1월 임기를 끝내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나도는 것을 의식한 듯 뼈있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학교에 내 휴직과 관련해 문의했더니 ‘유감스럽게도 자격을 갖춘 교수들이 모집인원보다 더 많이 지원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연임 여부 등을 놓고 온갖 억측이 나도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버냉키는 보도자료 하단에 ‘취재진에게-이것은 농담’이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 그의 공식적 휴직기간은 2005년 만료됐다.


기자들의 눈은 반짝였다. 버냉키 의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양적완화(QE) 정책 등 현재 미 통화 정책의 골격을 만들었다. 그의 연임에 따라 통화정책 기조가 크게 바뀔 수 있어, 연임 여부는 글로벌 시장의 관심사가 돼왔다. 


그는 앞서 지난 4월에도 오는 8월 말에 열리는 '잭슨 홀 미팅'에 불참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연준의 수장 자리를 맡지 않을 것이란 세간의 소문에 불을 댕겼다.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 인사들이 모이는 잭슨 홀 미팅에 연준 의장이 참석하지 않는 것은 25년 만의 일이다. 


평소 공식석상에서 진지한 내용의 연설만 고집했던 버냉키가 농담을 던진 것은 연임을 둘러싸고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버냉키 의장의 두번째 임기는 내년 1월31일에 종료된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연준 의장으로는 제닛 예런 연준 부의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사회 초년생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비리그 `프린스턴대` 졸업생들에게 교훈을 던졌다.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버냉키 의장이지만 이날만큼은 `경제`를 잊고 인생 선배로서 진심을 전했다. 


버냉키 의장은 졸업식 축사 발언이 혹시 시장에 영향을 미칠까 염려스러운 듯 "오늘 내가 하는 말은 이자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미리 선을 긋기도 했다.



By Joseph S. Park

Reference; Bloomberg,